[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예술영화모임]
5/8수 저녁6시 갤러리세인
• 특별게스트 김명리 시인 • 메인 게스트 이호영아티스트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마지막 부분의 대사는 영화 속 또 다른 프레임처럼 시공을 초월한다.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고, 우주의 끝은 어딜까?"
"이 세상에 사는 것은 꿈이 아닐까?"
천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중력은 땅을 향하고, 서커스를 하는 여성은 외줄을 타고 하늘을 향한다.
지금, 소유하지 않은 것에 대한 욕망에 따라
날개는 위로, 아래로 방향을 달리 한다.
영화의 원제는 <Der Himmel über Berlin(베를린 위의 하늘)>, 영어로는 <Wings of Desire(욕망의 날개)>. 국내 개봉시에는 <베를린 천사의 시>였다.
연극 '관객모독'에서 언어극(Sprechstück)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가 피터 한트케(Peter Handke)가 빔 벤더스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클로즈업 된 화면 속에서 피터 한트케 시 '아이의 노래(Lied vom Kindsein)를 써내려가는 만년필의 궤적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같은 화면이다.
"아이가 아이었을 때 질문의 연속이었다. 왜 나는 나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 있고 저기엔 없을까?''
장장 2시간10분여에 걸쳐 호메로스의 위대한 서사시 '일리아스'를 마주하는 듯 대사는 곧 시이고, 시는 대사로 살아났다.
"쓸쓸함을 느끼고 싶었죠. 쓸쓸함이란 자신이 완전히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싶었죠. 지금 느끼고 싶어" 등의 대사에서는 지금, 실존의 상태를 묵상하게 한다. 세상에는 가장 귀한 세 가지 금이 있다. 황금, 소금, 그리고 지금이다. 물론 현금은 지금을 풍요롭게 하는 윤활유이기에 네 번째 귀한 금으로 추가해도 좋을 듯 하다. 굳이 다섯개를 나열하라면, 심금(心琴)을 밀어 넣는다.
"지금, 당신의 한 마디는 심금을 울린다."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누군가가 나에게 모멘트(Momento)가 되었으면 한다.
제44회 갤러리세인 청예사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예술영화감상'이 8일 오후 진행됐다. 영화 감상 후 당연히 토론시간이 뒤따랐다. 초청 아티스트는 언어 조탁의 마술사 김명리 시인. 2011년부터 매달 함께하는 미술학 박사 이호영 아티스트의 감상 평으로 토론은 시작됐다.
회원들의 열띤 의견과 질문이 오가며 오후 10시가 넘도록 토론은 끝나지 않았다. 결국 토론은 자리를 옮겨 2차로 이어졌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사과와 빵만 먹고도 충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피터 한트케 '아이의 노래'의 일부다. 지금, 내게는 어린아이와 같은 심성이 절실하다. 밥만 먹고도 느끼는 충만감, 제거된 욕망이 아니라 욕망이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으로 스며드는 상태...
지금 바란다.
• 촬영: 김종필 사진작가
• 딸기: 정재근 선생님 딸기농장
• 시낭송: 김재주선생님, 박용진시인, 이정호작가, 류경미님, 정영숙디렉터
